29 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 동해상사고속(이하 동해상사) 차고지. 이곳에는 멈춰 선 28대의 버스만 눈에 띄었다. 이날 강릉뿐만 아니라 속초시, 동해시, 고성군에 있는 동해상사 차고지에도 버스들이 멈춰 섰다.
회사가 노조의 임금 인상과 기사 충원 등을 거부하면서 노조가 이날 오전 6시 첫차부터 총 129대의 운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해상사의 시내외버스를 이용하는 동해·강릉·속초시와 고성군 시민들의 발은 꽁꽁 묶였다.
동해상사 버스 파업은 시작에 불과하다. 보름 뒤 '국민의 발'인 버스 운행이 전국적으로 멈출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기간 종료를 코앞에 두고도 노사정이 추가 인력 채용 등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 측이 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사측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고, 지자체와 정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이날 전국 버스운전기사들이 동시에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5월 15일 전국적으로 버스 운행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근무일수 규제로 연말까지 신규 추가 인력 1만5000명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신규 채용자는 1250명에 불과하다"며 신규 인력 채용과 기존 버스기사들의 임금보전 등을 주장했다.
이번 쟁의조정 신청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인천, 대구, 광주, 울산 등 특별시·광역시와 경기도, 전라남도, 충청남도, 경남 창원, 충북 청주 지역 버스 노동자들이 대상이다. 전국 버스사업장 479개 중 234개 노동조합이 참여한다. 버스 차량으로 2만대, 참여 인원은 4만1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등 특례업종에 대한 유예기간이 올해 6월 종료된다. 버스 운행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인력은 정부 추산 7월 1일까지 7600명, 연말까지 1만5000명이다. 하지만 기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5000여 명의 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1200여 명을 뽑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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