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의사로서 바라보는 현재 의사파업.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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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121.♡.94.49) | 작성일 20-08-15 23:25 | 조회 18회 | 댓글 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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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현재 대학병원에서 근무중인 레지던트야
여러분 중 얼마나 알지 모르지만 오늘 의사 총 파업을 했어
저번 주 금요일 전공의 파업에 이은 의사 총파업이야.
그 것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볍게 써보는 거라 다소 부정확한 내용도 있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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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의사 파업을 왜 하게 됐을까?
의사 파업의 계기에 대해 말하면 밥그릇 싸움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지.
근데 밥그릇 싸움 논란에서 자유로운 완벽하게 순수한 파업이 이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있을까?
이번 파업의 이유에 밥그릇 싸움이 없을 순 없지만 주된 분노의 원인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는 (원래는 잘 단합 안되는) 의대생, 전공의, 개원의, 교수 모두가 이렇게 분노할 수 없어.
무조건 밥그릇 싸움이라고만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답답하다.
현재 의사들이 불만을 가지는 큰 쟁점은 크게 3가지야
1. 의대 정원 증원
2. 한약 급여화
3. 한의사 통합면허 or (시술or검사가능) 허용범위 확장
사실 1번만 한다 했으면 이렇게까지 반발이 심하지 않았을거고, 의사 내에서도 분명 갈렸을텐데
3가지 쟁점을 (180석을 등에 업고) 한 번에 던지면서 그 중 한개라도 될대로 되라 식으로 진행해서 분노에 불붙였지.
먼저 국가는 의대 증원의 이유로 '지방에 의사를 더 배치하고 , 부족한 분야의 의사를 육성하겠다'라는 입 발린 말을 하지
참 취지는 좋지. 근데 의사들이 답답해하는 이유는 정부가 원하는 효과가 지방 의사 배치 및 부족한 분야 의사 육성이면
의대생 증원을 첫번째로 할 게 절대 아니야.
의료는 의사라는 인력만으로 절대 되는 것이 아니야. 특히 지금 정부가 주장하는 응급, 중증 분야면 더더욱 더.
예를 들어 대동맥류 파열이 온 응급 상황이라 치자.
정부는 단순히 '아 시골에는 이 것을 해결할 흉부외과 의사가 없기에 의대생을 늘려서 해결하자.' 하고 있어
근데 시골에 의사만 배치를 하면 저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저 상황에 필요한 것들이 뭔지 생각해보자
우선 병원이 있어야겠지. 근데 작은 병원은 필요한 CT 촬영 등의 필요한 검사가 안될 수 있기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병원이야해.
그리고 두 번쨰로 저런 질병이 친절하게 병원 열려있는 시간에만 터지는 건 아니니깐 24시간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응급실이 필요하겠지
세 번째로는 그 응급실을 구성할 인력(응급의학과 의사,간호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검사실 직원 등등)이 필요하겠지.
네 번째로 수술을 해야할테니깐 마취과 의사도 필요할 거고, 그 것을 보조할 마취간호사, 수술을 집도할 흉부외과 의사, 그 의사를 도와줄
수술실 간호사도 필요하겠지?
그리고 수술이 끝나고 케어할 병동 간호사(필요시 중환자실 간호사) 및 병동의사도 필요하겠지.
근데 이게 정규시간에만 할 게 아니고 24시간 상시 대기가 되어야하니 적어도 3교대는 되야 겠고 그럼 방금 생각한 인력에 아무리 못해도
2배 정도 있어야겠네. 그럼 인력이 아무리 적어도 100명은 필요할 거 같아.
그럼 단순 인건비로 평균 200만원만 줘도 한달에 2억은 필요하겠다. (물론 인력도 더 필요하고, 전문직이라 급여도 더 높음)
지방 소도시에 이런 환자가 아무리 많아도 한달에 10명은 될까? 그럼 단순히 한 케이스당 2천만원은 받아야하는데
2천만원 받을 수 있을까..? 못 받지.
(심지어 이건 질환군 하나에 대해서고 분만,중증외상,심근경색 등은 또 다른 풀의 전문가가 필요할 테니 인력이 더 필요하지)
걍 간단히 생각만 해봐도 수지가 안 맞아. 그래서 이 것을 할 수 있는 중소병원들도 점점 24시간 응급실을 없애는 추세고 응급실을 운영해도
경증 위주로 운영하거나, 24시간 운영하지 않아. 결국 문제는 돈인 거야. 그래서 항상 주장하는 게 수가 인상인거고..
현재 이런 저수가 때문에 의료계는 참 기형적으로 돌아가고 있어.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음식점인데 음식을 팔면 적자가 생겨서 그 부가적인 술, 음료수로 돈을 버는거야.
술, 음료수에 해당하는 게 뭐 비급여나 장례식장 같은 서비스인거지..
실제로 내가 학생 때 찾아본 자료에서는 급여 항목의 보전율이 평균 70-80퍼 정도였어.
우리나라는 국가가 주는 급여비용을 후청구하게끔 시스템이 되어있는데 내가 100원의 의료를 제공하면, 총 보전되는 게 70내지 80원인 거야.
여러가지 이유로 다 삭감하거든. 그래서 의사 사이에는 심평의학이라고 부르는 게 있어
심평원이라고 국가에서 이런 청구를 심사하는 기관이 있는데 웃기는 게 교과서 대로 진료하면 삭감하거든.
그래서 막말로 교과서 ㅈ까고 심평원에서 하라는 대로 처방을 내야해. 웃기지 않니
전공의 생활하다 보면, 어떤 처방을 내면 삭감되니 처방 내지 말라고 보험과에서 연락이 많이 와
내 의학적인 판단이랑 별개로 따를 수 밖에 없지. 안 따르면 병원이 돈내야한다는데 어떡해.
딴 말 조금 하자면, 이렇게 의료 행위를 하면 할수록 적자를 내서, 병원의 눈총을 받는 의사의 감정을 느껴보려면
이국종 교수님이 쓴 '골든아워'란 책을 추천해.
1,2권 전반으로 이런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과 좌절감이 깔려있어.
중증외상 특성상 환자들이 오면, 혈액, 약품을 쏟아 부을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시스템은 예를 들어, 중증환자에 대해서 적혈구 5팩 이상을
쓰면 보전을 안해줘, 그럼 수술한다고 적혈구 10팩 썼다고 청구해 -> 5개까지만 보전해줄 수 있어 -> 그럼 남은 5개는 병원의 적자인거지.
그래서 이국종 교수님이 항상 주장하던 게 중증외상에 대한 지원과 소수화된 중증의료센터인 것이야.
우리나라는 나라가 작기에 어디 있어도 큰 병원까지 시스템만 잘되있으면 골든아워 안에 올 수 있어.
그래서 권역 응급센터를 소수화 해서 집중되어있으면 응급 의료가 가능하단 거지.
근데 뭐.. 그 책에서 이국종교수님 말로는 그게 잘 안됐다고 했던 거 같다.
이야기가 조금 샜지만 이건 그래. 나라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니 심평의학으로 환자를 치료해서
그래도 꾸역꾸역 의료계가 돌아가고 있었는데 여기서 2번, 한약 급여화에 1500억원을 쓴다하네..?
돈 없다고 필요한 항암제, 항생제, 중증외상도 삭감하는 국가가 우리가 보기엔 전혀 근거가 없는 한약 첩약을
급여화하는데 헛돈을 쓴다니깐 화가 나는거지. 그 돈으로 더 필요한 중증외상이나 좀 지원해주지..?
3번 면허통합은 왜 화가 나는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거 같다.
내가 의대에 처음 들어왔을 때 강조해서 배웠던 게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D) 였어.
그래서 흔히 말하는 양방/한방으로 나눌게 아니라 (근거중심)현대의학/한방으로 나눠야한다고 하고 의사중엔 양방이란 말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 근거가 있기에 다른 학문과도 연결성이 유지되는거고 이런 시스템하에 학문의 수정과 발전이 가능한거지,
당장 한의학에서 주장하는 기, 혈을 생물학 전공한 사람한테 들이밀면 말이 통할까?
한의학이 정말 근거가 있으면, 데이터를 이용해 논문을 내고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하면 될텐데 한의학 이론의 근간이 되는
대부분은 나는 증명 못할 거라 생각해.
(침은 효과가 있더라 하는 사람들 많지? 침술(acupuncture)은 의학 논문 검색 사이트인 pubmed 검색해보면 3만건의 논문이 나와.)
다시 앞에 얘기로 돌아가서 정부가 말하는 의사만 늘리면 의료 사각지대가 해결된다는 게 얼마나 헛소리인지 알겠어?
개인적으로는 나는 저 의대를 늘려서 정부가 해결하고 싶어하는 게 공중보건의수 감소라 생각해.
필요 시 싼 값에 군인,공익 부리는 것 마냥 현재 의사들도 공중보건의 or 군의관을 싼 값에 3년간 의무복무하게 시키는데
이번에 공중보건의들이 코로나 사태에 큰 역할을 했거든. 필요한 지역에 파견 보내고 했는데
국가가 이렇게 많은 의사를 강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겠어.
물론 파견 보내면서 몇몇 지역에선 수당도 안 챙겨준 건 헬조선결말이고 ㅋㅋ
근데 이렇게 싼 맛에 쓰는 공보의 or 군의관 공급이 출산율 감소, 의전으로 인한 군필 의사 증가, 여성 의사들이 증가로 수급 위기에
봉착할거거든.
의사로서 진짜 답답한 게 정부는 기피분야가 왜 기피분야인지 전혀 모르고 있어.
기피 분야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한 게 아니고, 활동할 환경이 안되는거야.
우리 순수한 의대생들 중에 기피 분야 지망하는 사람들 많아. 내가 만나본 흉부외과 레지던트도 멋있어서 왔단다.
근데 일은 힘들지, 힘들게 수련하고 나오면 전공 살려 일할 자리는 없지 해서 전공 선택할 때 쯤엔 현실에 좌절해서 기피하는 거지.
진짜 그 학문에 관심 없는 사람이 없는 건 절대 아니라고.. 그렇게 400명이고 1000명이고 더 육성해봐야 일할 자리 없어서 다 미용할게 뻔한데..
이런 거 보면 정부가 너무 아마추어고 단순한 논리야..
의사는 공공재라는 망언을 하질 않나.. 진짜 공공재면 학비라도 지원해주고 , 소송 걸리거나 적자나면 지원도 해줘야하는 거 아니냐?
필요할 떈 공공재고 불필요하면 느그 의사? 이거 완전 군대에서 군인 대하는 논리랑 똑같네..
의사하면 돈 많이 버는 속물로만 생각하는데, 대학병원에서 교수님으로 계신 분들 대부분 밖에서 개원의(로컬)보다
적게 받으면서도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너무 많고 존경스러운데 그냥 하루 아침에 척폐가 되버려 허무하다.
이러다가 온국민 중 적폐 아닌 사람 찾기 어렵게 될 거 같은데 ?ㅎㅎ..
말이 파업이지 2시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미리 오늘 할 일 대충 다 끝냈고 나중에 들어가서 또 밀린 일 다해야해.
그래도 의료인 입장에서 환자가 앞에 있는데 정말 다 내팽겨치고 나올 순 없거든.
이렇게 해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가면 '의료공백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이렇게 기사 내겠지? 개새끼들
아무튼 주저리 주저리 써봤고 마지막은 우리 자랑스러운 보건복지부 장관님의 망언으로 마무리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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